詩다움

빗나간 노래 [장철문]

초록여신 2008. 8. 18. 23:50

 

 

 

 

 

 

 

 

 

 

화장실 변기에 걸터앉아

매미소리를 듣는다

버스정류장에서 사육신묘 쪽을 바라보며

암청으로 차오른 숲을 팽창시키던

매미소리에

밑이 빠지듯 멎어버리던 의식의 물줄기를 끌어

한편의 시로 조직해보려고

청력의 대통을 대어본다

그 텅 빈 구멍에서 빠져나오며 보았던

여린 가지의 흔들림을

마지막 여운으로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어제보다 하늘이 성큼 높아졌다는 생각뿐

툭 틔었다는 것뿐

하늘이 팽창하는 그만큼 매미소리는 멀어진다

 

 

 

 

* 바람의 서쪽, 창작과비평사(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