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하늘 골목 [장철문]

초록여신 2008. 8. 15. 11:13

 

 

 

 

 

 

꽃그늘에 서서

하늘에 건너간 꽃가지

그늘에 서서

아득히 하늘길 다녀왔느니,

처음인 듯

이 세상 한번은 살아볼 만한 것이었다

 

 

조붓한 골목 돌아

한길 나서서 돌아보느니,

차창에 옛집 스치듯

그 지붕 너머 하늘 스치듯

어느새 어스름 속에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세상에 와서

그런 골목 몇채 걸어나왔느니,

이 세상에 내가 지은 집이란

그 골목 끝에 걸어둔 하늘 몇채인 것이었다

 

 

 

 

* 무릎 위의 자작나무, 창비(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