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오서산 [장철문]

초록여신 2008. 8. 15. 11:10

 

 

 

 

 

 

 

 

 

누가 이 커다란 지구를 이곳에 옮겨왔을까

파도는

그때 그 출렁임이 아직 가시지 않은 걸 거라

아무렴,

이 커다란 지구를

물잔 옮기듯 그렇게 옮길 수는 없었을 거라

까마귀는 산마루 넓은 줄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살러 왔을까

억새밭 드넓고 바람길 길게 휘어져

활강하기 좋은 산,

오서산(烏棲山)

야옹야옹 괭이갈매기 아들 부르는 소리 들으며

까옥까옥 까마귀 딸 키우는 산

살아야지

머리칼 날려 이마에 땀 씻기니,

미움은 미움대로 바라봐야지

오늘까지 지구가 둥글다는 것 알지 못했거니

오늘 오서산에 와서 배운다

둥글다는 건

공 같다는 것이 아니라

툭,

트였다는 것

 

 

 

 

* 무릎 위의 자작나무, 창비(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