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폐가(廢家)의 사랑 ....... 장만호
초록여신
2008. 8. 5. 00:46
기다림이란 돌로 굳어가거나 적막한천
다북쑥 마른 잎 지는 빗소리 같다는 걸,
한때 광기처럼 누군가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가을 항아리로 비 내리는 저녁
이 기다림 오래되었으므로
측백나무 아래 젖은 사랑이여
그리움의 검불을 모아 검붉은 잿불
처진 어깨 들어 그대를 들인다
지저귀며 지저귀며
내 안에서 파닥이는, 심장의 딸꾹질 소리
녹슨 핏줄을 따라 돌기도 하지만
눅눅한 마음 어디에 마른자리 있으랴
젖은 연기 먹장 아린 눈물
내 속눈썹 젖어 그대의 잔등을 적신다
그대의 날개를 적신다
그러므로 사랑이여
빗장뼈를 이제 허물어
너를 보낸다 한없이 무너져 흔적으로나
끝내 쓸쓸한 기와 조각으로
적막한천 다북쑥 젖은 이곳에
나를 허문다
* 무서운 속도, 랜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