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꽃그늘 [강미정]
초록여신
2008. 7. 27. 09:51
꽃이 지고 있는 나무 그늘에서
아이는 내 무릎을 베고 잠들었다
왁자하게 술렁이던 꽃나무는
적막이 한 그루다,
천천히 한 장을 내려놓고 두 장을 내려놓다가
후루루, 빠르게 다 내려놓는다
네가 내 몸으로 와서
몸 가득 초록으로 살 때까지
네가 내 몸으로 와서
몸 가득 아픔으로 살 때까지
네가 내 몸으로 와서
몸 가득 사랑으로 살 때까지
죽도록 죽도록 살 때까지 살 때까지,
정처는 고요하게 푸르기만 하고
정처는 수런거리는 길 안에만 있고
정처는 너무 오래도록 한 곳만 뚫어지게 보고 있다
한 앞의 적막이 내려앉은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꽃그늘의 수런거림이 고요하게 푸르러진다
*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 / 문학의전당, 2008.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