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청어(靑魚) ....... 장만호

초록여신 2008. 7. 23. 16:30

 

 

 

 

 

 

 

 

 

 

 

 

 

그대가 사랑을 잃었다 한다, 후두둑

바람이 들창을 넘는가 모퉁이 술집

빗방울 밀려와 어깨를 치는데

그대 웃음이 흠집 많은 탁자 같다, 이슬 맺힌

술잔을 매만지거나 청어의 살을 바르며,

그대를 가려줄 우산이 나에겐 없다

처음, 그대가 청어를 제일 좋아한다 했다

깊은 바다의 푸른 지느러미...

그러나 푸르던 추억 지나간 자리, 드러나니

이 남루한 등뼈

창 아래 바랜 벽지 젖어

오랜 이름들 잉크 자국으로 번지는 것을 본다

흔적이 상처가 되는 것을 본다

흐린 불빛이 몸을 뒤척이는 이 저녁,

이운 하늘 아래로는 물의 그물들,

그대와 나에겐 푸른 지느러미가 없다

한세상 유영할 추억의 힘이 없다

그러나 그대 우리가 산다는 것이 이렇듯 가시 많아

제 몸 찔러오는 것이라도

때로 상처가 힘이 될 수 있다면,

억만 장 깊은 물속 아픔을 헤치고

맨살의 힘, 남루한 등뼈나마

한 길 가야만 하리라

 

 

저기,

물 밀어 가는 청어 두 마리

 

 

 

 

 

* 무서운 속도 / 랜덤하우스, 2008. 7. 5.

 

 

 

 

----------------------------------------------------------------------------------------------------

장만호

1970년 전북 무주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수유리에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