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까마귀밥여름나무 [문혜진]

초록여신 2008. 7. 16. 16:11

 

 

 

 

 

 

 

 

 

말나리처럼

은밀하게 불거진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그 미친 열매를 떨구지 마

너는 까마귀밥여름나무

사막 속 호숫가 사원

어린 수도승의 눈빛을 훔친

능욕의 붉은 열매

나의 관능은 덩굴성으로

비단구렁이를 몸에 감은 아즈텍의 여신

너를 타고 휘감아

숨조차 쉴 수 없게 조일 거야

어르고

휘몰아쳐

농밀한 표류의 끝

태양 폭풍의 심연을 향해

몸을 날리다

피 흘리는

 

 

 

 

* 검은 표범 여인,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