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옛 사랑 속에는 전장의 별들이 [허수경]

초록여신 2008. 7. 13. 06:18

 

 

 

 

 

 

 

 

 

 전쟁이 난다고 했습니다 그 소식을 들으려고 사람들은 영화관으로 몰려갔습니다 술병은 애타게 별을 불렀고 마른 신문지 속에 쌓인 만두 속은 다시 합체(合體)해서 맑은 위장을 가진 햇돼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불이 일어났다 여린 살을 가진 옛사랑, 불속에서 아린 가슴을 내보이고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바다로 가게 될 것인가 몸 파는 여자들이 몰려 있던 산 아래 집과 영혼을 점치는 남자들이 가꾸던 마늘밭을 위하여 우리는 언제쯤 제사를 지낼 것인가 돌고래가 바다에 사는 까닭을 내 첫사랑은 언제쯤 알아 고래가 될 것인가

 

 

 

 

* 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 / 창작과비평사,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