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분홍 벽 [문혜진]

초록여신 2008. 7. 13. 06:12

 

 

 

 

 

 

 

 

 

피투성이 분홍 벽

금 간 벽 안에서 무너져가는

나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지금은 새벽

난 당신 몰래 깨어 있고

금 간 벽이 눈을 뜬다

당신은 매번 숨을 죽이고

나는 혼자 벽을 보고 부끄럼도 없이 빈말만 헤댄다

어쩔 텐가

내 몸은 멍든 골조로 앙상하게 남아

한번도 영혼의 시멘트를 가져본 적이 없다

당신의 뼈와 부딪치는 동안

난 멍등어 금이 가

반복 운동이란 얼마나 탈(脫)육체적인가

내달리는 몸이 이탈되는 순간에도

맨홀 같은 나의 내부를

제대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과 나 사이

멍들어 금 간 벽

어쩔 텐가

 

 

 

 

 

* 질 나쁜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