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뿔뿔이 [이민하]
초록여신
2008. 7. 10. 14:03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가 엄마를 등돌리고 누워 있네.
잔뜩 뿔이 난 아이에게
얘야 자장가를 불러줄게, 엄마는 다가가
어루만진다. 검은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으로
아이의 뿔을 갉으며 뽑으며
피부 속으로 깊숙이 밀어넣으며.
엄마는 계단. 엄마 대신 달을 노래를 기차를 가졌을 때도
만삭인 아이는 엄마 엄마 밟으며
달을 따고 모창을 하고 기차를 유언처럼 후, 날릴 때에도
뿔은 특수분장처럼 피부 속으로 들락날락.
보이는 것은 사라지고 사라진 것은 끝없이 살아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뿔이 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뿔뿔이 헤매면서 사람들은 뿔을 폈다 접었다
뿔뿔이의 놀이.
뿔뿔이의 힘.
* 음악처럼 스캔들처럼,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