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3센티미터의 우울 [문혜진]
초록여신
2008. 7. 9. 20:11
이런 날 보노*의 목소리는
너를 떠올리게 충분해
파티에서의 고독
촛농이 흘러내려 쌓인
지저분한 케이크 사이에서
너를 처음 만났지
그 목소리를 들으면 네가 생각나
목에 그어진 3센티미터의 흉터
기도가 찢기고
하얀 약은 아마 네 속의 나쁜 생각들을
모두 죽이려 했을 거야
비가 와
바람이 젖은 나무들을 뒤흔드는 밤,
묘지가 있는 길을 따로 또 같이
빠르게 걸어가던 그날
날카로운 바람이 너를 데려간 후에야
나는 뒤를 돌아볼 수 있었어
그것은
수면제를 모으다
강가에 쭈그리고 앉아 물에 풀어버린 기억,
엉망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창밖 풍경을 보다가
우연히 들리는 음악,
미세한 바람에 잘게 흔들리던 나뭇가지가
갑자기 뒤틀려 목을 찌르는 날카로운 운명 같은 것,
너는 언제나 내 뒤에서 부는
메스를 든 바람
나는 뒤돌아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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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밴드 U2의 보컬리스트.
* 질 나쁜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