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이불솜 틀어드립니다 [성기완]
초록여신
2008. 7. 5. 09:35
전봇대 바람 살랑살랑
낡은 광고 문구
이불솜 틀어드립니다
이불솜 이불솜
이, 불, 솜
솜
나는
솜
이라는 글자를
생각보다 오래도록 쳐다봅니다
솜 솜 솜사탕
솜
은 왜
솜
이 되었을까
솜 솜 솜 솜사탕
솜사탕도 사탕일까
사탕 깨물다 이빨 빠진 금강새
화이트데이 솜사탕 남자
솜사탕은 구름
당신에게 구름을
구름의 침대
구름 베개
구름 이불
당신 맘대로 해요
내 몸으로 만들어드릴게
나는 솜사탕 남자
솜 솜 솜사탕 구름
저 구름이 달디달아요
분홍 이불 속에서
당신과 나의 맨발은
부싯돌처럼 부딪치며 뜨거워져
이불솜 틀어드립니다
옛날 음암동 살 때 두 골목 솜틀집에서
마스크 쓰고 솜을 틀던 할머니는
지금쯤 저 구름을 타고 계실까요
솜 솜 솜사탕
이제 할머니는
마스크를 벗으셨겠네요
할머니 젖가슴 숨 모시적삼 새하얀 다듬이돌
눈부신 봄날의
솜 솜 솜
솜사탕 구름
* 당신의 텍스트 / 문학과지성사, 2008.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