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해피엔드 [이민하]

초록여신 2008. 7. 4. 12:46

 

 

 

 

 

 

 

 

 

 

엄마가 오늘은 사과를 주지 않네

달콤한 키스를 부르는

독이 든 사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해피엔드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엄마는 이제 너를 들여다보지 않네

손톱도 뾰족하게 다듬지 않게

가래를 삼키듯 질문도 꿀꺽 꿀꺽 꿀꺽

지하 사과공장엔 들르지도 않고 사탕을 입에 물고

이목구비를 예치할 은행을 고르고 있네

 

 

발코니 아래 사과배달마차에는

시간의 갈기에 들러붙어 썩고 있는 사과들

달빛은 엄마의 등을 토닥이고 돌아앉아

동굴로 가는 길을 자르고 있네

바퀴통에서 떨어져나가 떠도는 네 개의 머리

나른한 미모가 의욕을 잃고 팽개친 주사위

 

 

네 개의 머리를 굴리며 숲속을 뒤지던

숨바꼭질 놀이는 추억처럼 뻔해서

왕복하는 낡은 길 위에 아무도 목을 내주지 않네

동굴의 평화는 유리棺처럼 지루해

침대를 둘러싼 머리 없는 난쟁이들의 춤

 

 

거울아 거울아

이제 그만 머리를 내놓아라

달콤한 악몽을 부르는

독이 든 머리

모든 것이 제자리를 지워가는 해피엔드

 

 

 

 

* 음악처럼 스캔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