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황인숙]

초록여신 2008. 7. 1. 10:10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

너를 흠뻑 적실 거야,

유리창을 열어둬,

비가 온다구!

 

 

비가 온다구!

나의 소중한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 문학과지성사, 1999.

 

 

 

.......

비가 온다구!

아직,

곧 내리겠지

오늘이 아니라면,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