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뒤돌아보면 아프다 [전남진]

초록여신 2008. 6. 29. 16:19

 

 

 

 

 

 

 

 

 

 

출근길

지하도를 나오자 전단 한 장 쑥 들어온다

무심결에 피해가다

뒤를 당기는 것 같아 돌아보니

허리 굽은 할머니

사람들에게 전단을 내밀고 있다

장애물 피하듯 비켜가는 사람들을

할머니 축 처진 몸빼 바지가 바라본다

보도블록 위로 발자국 찍힌 전단

버려진 아이처럼 할머니를 보다가

바람에 떠밀려 팔락팔락 구석에 박힌다

 

 

눈에 물기가 많으면

같은 바람도 더 차가운 법이다

후회가 많으면

추억도 아픈 법이다

전단 한 장 받아줄 마음 한 장 없이

가난보다 가난하게 나는 살았구나

뒤돌아서서야 눈물 나는 나는

뒤돌아서서야 서러온 나는.

 

 

 

 

 

* 나는 궁금하다 / 문학동네,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