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쪽빛 문장 [고재종]

초록여신 2008. 6. 28. 13:54

쪽빛 문장

ㅡ 오솔길의 몽상 10

 

 

 

 

 

 

 

 

 

 

연두 초록 눈 시린 산에 오르다

봄볕에 몸을 데우는 너덜거의 꾳뱀을 보네,

온몸으로 기며 온몸으로 대지를 읽는

꽃뱀만이 짤 수 있는 그 화려찬란한 등무늬.

 

 

사방에서 무어라 무어라고 속삭이는

연두 초록의 전언은 무엇이랴.

새 중에서 가장 청량한 소리의 휘파람새야.

꽃 중에서 가장 앙증맞은 담자색 구슬붕이야.

 

 

나의 문장이 초록 바람의 향기를 맡고

골짝물의 쪽빛을 얻기까지는 언제랴 싶어

 

 

감았던 눈을 뜨니 철쭉밭으로 드는, 저 꽃뱀!

 

 

 

 

 

* 쪽빛 문장 / 문학사상사,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