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하모니카 부는 참새 [함기석]
초록여신
2008. 6. 25. 17:18
무더운 여름오후다
참새가 교무실 창가로 날아와 하모니카를 분다
유리창은 조용조용 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하모니카 속에서
아주 아주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쳐 나온다
물고기들은 빛으로 짠 예쁜 난방을 입고
살랑살랑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교무실을 유영하다
한 마리씩 한 마리씩 선생들 귓속으로 들어간다
선생들이 간지러워 웃는다
책상도 의자도 책들도 간질간질 웃으며
소리 없이 물이 되어 흘러내린다
선생들도 흘러내린다
처음 들어보는 이상하고 시원한 물소리에
복도를 지나떤 땀에 젖은 아이들이
뒤꿈치를 들고 목을 길게 빼고 들여다본다
수학 선생도 사회 선생도 국사 선생도 보이지 않고
교무실은 온통 수영장이다
* 뽈랑 공원 / 랜덤하우스, 2008.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