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무수한 분묘이장공고를 나부끼는 바다 [정화진]

초록여신 2008. 6. 21. 09:50

 

 

 

 

 

 

 

 

 

 

나무들이 우거진 숲

그 관념과 책들의 숲을 지나 다다른 곳은

모든 간섭무늬들이 풀어지는 길들로 뒤엉켜 있는

저 대륙을 휘감고 있는 바다였다

오, 가엾은 어머니들의 생애가 밀려가 있는

뻑뻑하고 검붉은 육체들이 펄렁대는 강의 하구였던 것이다

붉고 푸르고 아픈 육체들이 무덤을 이룬 채

고체로 굳어 있거나

깊고 아득하게 열려져 있는

저 마천루의 바다였다

그러나 그 위에 무수히 나부끼는 분묘이장공고를

누군가가 문득 보고 만 듯

바다는 쉼없이 술렁대고 있었다

 

 

 

 

 

*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가 있다,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