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고체의 바다 [정화진]

초록여신 2008. 6. 21. 09:36

 

 

 

 

 

 

 

 

 

 

 

탁한 강물 위로 채색된 비천함들

금 도금한 철사 다발 같은 잔광을 끌어안고 강은 흘러간다

나무들이 검게 모습을 감춘다

미래로 나 있는 문, 그 바다는

블라인드로 가려져 토막나 있다

불확실하게 내버려진 채 모호하게

나무와 바람과 시간의 뒤편에 쑥대머리로

아득하게 떨며 서 있다

또는 막막하게 벽처럼 절단된 채

그 바다는

 

 

 

 

 

*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가 있다,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