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아! 21그램 [장순금]
초록여신
2008. 6. 4. 16:28
사람의 영혼을 무게 재어 보았더니 21그램이라고 한다
그 동전 너댓 개 정도의 무게에 내 한 생이 끌려 다녔다니!
그 가벼운 힘이 휘두른 사랑의 칼날에 피 흘리며 죽음의 문턱에 쓰러졌던가,
저울의 눈금이 출렁, 기울어지는 몸의 2천분의 1도 안 되는 무게가
두근거리며 사랑한 비밀한 몸의 정수리에 떡하니 앉아
뜨거운 피 오르내린 골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니
영혼에 경배하고 높은 곳으로만 끌고 다녔던,
수백 톤의 고통을 끌어내 시를 쓰게 한,
아, 21그램!
거대한 힘이 하늘에서 한 생애 잡고 있는줄만 알았던,
내 미련함
아니다
21그램에 힘을 주신 그 거대한 힘
을,
언제 깨우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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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금
1995년 「심상」등단
시집 「조금씩 세상 밖으로」「낯선 길을 보다」등
* 미네르바 ,2008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