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봄 [문인수]

초록여신 2008. 5. 16. 20:08

 

 

 

 

 

 

 

 

 

봄 [문인수]

 

 

 

 

저기, 새고 있다

산업도로와 아파트 단지 사이 방음벽에

알루미늄 방음판을 지탱하는 기둥 쪽으로 주로

담쟁이덩굴들이 바글바글 몰리고 있다.

어두컴컴할 때,

방뇨하기 좋은 포인트에

조것들의 귀가 참 새파랗게 쫑긋쫑긋

소복하다. 방음벽이 지금

알 슬거나 새끼 치는 것 같다. 본래. 꽉 틀어막는다는 일이 부수적으로

새는 실수를 낳곤 한다. 샜다, 차갑고 막막하고 텁텁한 판에

소문이란 것이 하긴 세상 어느 한구석

파릇파릇 틔우기도 한다.

생생하게 꾸며주는 재미가 있다. 저와 같은 스캔들은 또 대부분

맛있다. 지린내 같은 것도 삭혀 먹는,

씹는, 곱씹어 먹는

이쁜 주둥이들, 쌨다. 저기, 틀림없이 무슨

중대 사태가 야기될

비밀이 샌다. 저, 산천을 온통 바꾸겠다

계속 번지고 있다.

 

 

 

 

* 2006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 최종 후보작 중에서, 중앙일보문예중앙.

 

 

 

 

 

봄 [문인수]

 

 

 

 

 

저기, 샌다

산업도로와 아파트 단지 사이 방음벽에

알루미늄 방음판을 지탱하는 기둥 쪽으로

담쟁이넝쿨 바글바글 몰린다.

어두컴컴할 때,

방뇨하기 좋은 포인트에

조것들의 귀가 참 새파랗게 쫑긋쫑긋

소복하다. 방음벽이 지금

알 슬거나 새끼 치는 것 같다. 본디, 꽉 틀어막는다는 일이 부수적으로

새는 실수를 낳곤 한다. 샜다, 차갑고 막막하고 텁텁한 판에

소문이란 것이 하긴 세상 어느 한구석

파릇파릇 틔우기도 한다.

생생하게 꾸며주는 재미가 있다. 저와 같은 스캔들은 또 대부분

맛있다. 지린내 같은 것도 삭혀먹는,

씹는, 곱씹어먹는

이쁜 주둥이들, 쌨다, 저기, 틀림없이 무슨

중대사태가 일어날

비밀이 샌다. 저, 산천을 온통 바꾸겠다.

계속 번진다.

 

 

 

 

* 배꼽 / 창비, 2008. 4. 10.

 

 

 

 

.......

처음의 시와 다듬어진 시를 함께 옮겨 보았습니다.

저기, 새고 있다. ㅡ 저기 샌다.

기둥 쪽으로 주로 ㅡ 기둥 쪽으로

담쟁이덩굴들이 바글바글 몰리고 있다. ㅡ 담쟁이넝쿨 바글바글 몰린다.

계속 번지고 있다. - 계속 번진다.

느낌은 사뭇 다르다.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