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문인수]
봄 [문인수]
저기, 새고 있다
산업도로와 아파트 단지 사이 방음벽에
알루미늄 방음판을 지탱하는 기둥 쪽으로 주로
담쟁이덩굴들이 바글바글 몰리고 있다.
어두컴컴할 때,
방뇨하기 좋은 포인트에
조것들의 귀가 참 새파랗게 쫑긋쫑긋
소복하다. 방음벽이 지금
알 슬거나 새끼 치는 것 같다. 본래. 꽉 틀어막는다는 일이 부수적으로
새는 실수를 낳곤 한다. 샜다, 차갑고 막막하고 텁텁한 판에
소문이란 것이 하긴 세상 어느 한구석
파릇파릇 틔우기도 한다.
생생하게 꾸며주는 재미가 있다. 저와 같은 스캔들은 또 대부분
맛있다. 지린내 같은 것도 삭혀 먹는,
씹는, 곱씹어 먹는
이쁜 주둥이들, 쌨다. 저기, 틀림없이 무슨
중대 사태가 야기될
비밀이 샌다. 저, 산천을 온통 바꾸겠다
계속 번지고 있다.
* 2006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 최종 후보작 중에서, 중앙일보문예중앙.
봄 [문인수]
저기, 샌다
산업도로와 아파트 단지 사이 방음벽에
알루미늄 방음판을 지탱하는 기둥 쪽으로
담쟁이넝쿨 바글바글 몰린다.
어두컴컴할 때,
방뇨하기 좋은 포인트에
조것들의 귀가 참 새파랗게 쫑긋쫑긋
소복하다. 방음벽이 지금
알 슬거나 새끼 치는 것 같다. 본디, 꽉 틀어막는다는 일이 부수적으로
새는 실수를 낳곤 한다. 샜다, 차갑고 막막하고 텁텁한 판에
소문이란 것이 하긴 세상 어느 한구석
파릇파릇 틔우기도 한다.
생생하게 꾸며주는 재미가 있다. 저와 같은 스캔들은 또 대부분
맛있다. 지린내 같은 것도 삭혀먹는,
씹는, 곱씹어먹는
이쁜 주둥이들, 쌨다, 저기, 틀림없이 무슨
중대사태가 일어날
비밀이 샌다. 저, 산천을 온통 바꾸겠다.
계속 번진다.
* 배꼽 / 창비, 2008. 4. 10.
.......
처음의 시와 다듬어진 시를 함께 옮겨 보았습니다.
저기, 새고 있다. ㅡ 저기 샌다.
기둥 쪽으로 주로 ㅡ 기둥 쪽으로
담쟁이덩굴들이 바글바글 몰리고 있다. ㅡ 담쟁이넝쿨 바글바글 몰린다.
계속 번지고 있다. - 계속 번진다.
느낌은 사뭇 다르다.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