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내비게이션 [차창룡]

초록여신 2008. 5. 12. 17:31

내비게이션

나는 네가 가는 모든 길을 알고 있다

 

 

 

 

 

 

 

 

 

 

너 있는 곳 알려줄까

별이 말을 걸었다

 

 

대지를 데운 장엄한 행렬 속에서 차는

망태를 들고 별을 따러 가듯

언덕을 기어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화면을 통해 보이지 않는 얼굴을 내민 별은

꿈틀거리는 지도에

연방 붉은 줄을 그으면서 웃었다

 

 

네가 있는 곳이 어딘지는 그냥

내려다보면 아는 일인걸 하지만

뜬구름 위에 있는 넌 내려다볼 수 없으리

내게 물어봐

나는 네가 가는 모든 길을 알고 있어

 

 

경적이 조급하게 울었다

나는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문을 열어 바람으로

멍에가 된 붉은 줄을 지우려 하였다

그때 별이 또 메씨지를 보냈다

 

 

제한 최고속도

시속 구십 킬로미터 구간입니다

 

 

 

 

 

* 고시원은 괜찮아요,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