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고공아파트 [전성호]
초록여신
2008. 5. 10. 22:51
신세대일수록
새들의 집보다 높은 곳에 산다
사람들이 공중의 둥지를 쳐다보는 시대가 아니다
새들이 이제 사람 집을 무연히 올려본다
날개 없는 사람들은 고공 집으로 오르내리고
공기를 치는 깃은 퇴화되어 짧은 거리를 날 뿐이다
돌아올 수 없는 시간처럼
텅 빈 까치집, 날개는 어느 하늘에 둥지를 치는지
다시 날아올 소식은 새잎들뿐
폐가에서 꿈꾸는 은빛 거미줄만
겨울 햇살 듬뿍 안은 채 이빨을 딱딱 부딪친다
잎사귀 가릴 때만 내 집인가
품 떠나간 자리 더 커 보이는 공간
도시도 나도 낡아가지만
내 쓸쓸한 저 빈집에서
새로움은 이내 삭아
낡은 기둥 위로 흰개미들이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오늘도 관악산 산마루 안개는 송전탑을 건너가며
내 눈에 아른대듯 증증거리고
가슴 부풀어 멀리 날던 까치
손바닥만한 화단에서 내 새끼처럼 폴짝인다
또다른 둥지 하나, 고공아파트를 올라간다
* 캄캄한 날개를 위하여,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