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디아스포라 [김길나]

초록여신 2008. 5. 4. 18:28

 

 

 

 

 

 

 

 

 

 

 

 

 

 몸속의 새가 눈썹 아래를 가로줄로 째고

 날아간 눈에서 물이 흐른다

 허공을 담은 잔에 차오르는 것은 붉은 일몰과 비의

 칵테일. 비 기둥들은 저무는 대포항 어시장에

 수평으로 눕는다

 

 

 와락 밀려든 바다, 나는 파도치며 흘러가는 꿈이다 쪼개진 생시다 몸 안의 고생대에서 물고기가 살아나 노니는...... 몸 밖, 바다로 나와 환생한 저 물고기 이 저녁에 너울을 얇게 덮고 엎드려 있는...... 그를 어물전의 도미 한 마리가 바깥에서 찬찬히 뜯어보는...... 물로 꿈을 둥글게 말아 감은, 물방울 속에 담긴 그를 꿈밖 밥그릇 안으로 꺼내 앉히려는 횟집 여자의 번득이는 식칼! 결국 꿈을 찌른 칼질 끝에 끌려나온 생이 잘린 토막...... 잘린 눈앞의 토막 난 풍경...... 낯선 여기는 어디? 물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층층이 해체되고 집합되는 살, 접시에 수북이 담긴 밥상 위의 회, 내 잎으로 네 위장으로 다른 이의 뱃속으로 바삐 분가하는, 그는 망국의 디아스포라!* 내 혀에 감기는 이것이 내 살인지, 네 살인지, 누구의 맛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제, 식칼을 든 손이 위태롭다

 식칼에 찔리는 생시가 위태롭다

 들고나는 밥과 말 사이에 불 켠

 입의 떨림, 시의 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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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흩어진 사람들. 본토를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거주하는 유태인들을 일컫는 말에서 유래

 

 

 

 

* 홀소리 여행 / 서정시학, 2008.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