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감기 [김혜순]
초록여신
2008. 5. 2. 09:50
당신이 들여다보는 흑백 사진 속에 내가 있는 것처럼
우리는 다른 세상에서 마주 보았다
당신의 사진 속은 늘 추웠다
기침나무들이 강을 따라 콜록거리며 서 있었다
눈을 뜨면 언제나 설산 오르는 길이었다
간신히 모퉁이를 돌아서도 희디흰 눈밭
날카로운 절벽 아래로 툭 떨어지는 가없는 벼랑이었다
얼어붙은 하늘처럼 크게 뜬 당신의 눈을 내다보는 저녁
동네에 열병이 옮기는 귀신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퍼지고
굴뚝마다 연기들이 우왕좌왕 몸을 떨었다
당신은 내 몸에 없는 거야 내가 다 내쫓았거든
내 가슴에 눈사태가 나서 한 시간 이상 떨었다
기침나무들이 몸을 부르르 떨며 눈 뭉치를 떨구자
벌어진 계곡에서 날 선 얼음들이 튕겨져 나왔다
맨얼굴로 바람을 맞으며, 입술을 떨며
나는 얼어붙은 벤치에 앉아 있었다
당신이 들여다보는 여기에서 나가고 싶었다
* 당신의 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