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악공, 꽃잠 [신동옥]
초록여신
2008. 4. 29. 11:40
버드나무 둥치에 기대어 잠든 어느새
유두의 계절이 돌아왔다.
제 기억을 휘묻이해도 꺾꽂이해도 되살아 움트는 나무 둥치마다
흔들리는 꽃잎에 바스락바스락 흰소리 적어 서로에게 건너던 대작(對酌)
나 홀로 붉은 입술을 여닫는다. 오늘
물오른 이파리 속에 다시 솟는 봄 독(毒) 잠재우며
가지마다 웅크리고 온 힘으로 제 젖을 부풀리는 그녀.
젖비듬 퍼붓는 꽃그늘 옷자락 걸치고
보채고 들추는 꽃사태 우레 속에 돌아보면
이윽고 가느다랗게 실핏줄 돋는
이파리마다 움트는 임신선.
꽃 피어 낭창한 그녀 허리마다
참괴한 나의 흉금을 묻어두고 돌아서 홀로 깨는
* 악공, 아나키스트 기타 / 랜덤하우스, 2008.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