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다정함의 세계 [김행숙]

초록여신 2008. 4. 14. 21:38

 

 

 

 

 

 

 

 

 

 

 

 

 

 

 이곳에서 발이 녹는다

 무릎이 없어지고,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다

 

 괜찮아요, 작은 목소리는 더 작은 목소리가 되어

 우리는 함께 희미해진다

 

 고마워요, 그 둥근 입술과 함께

 작별인사를 위해 무늬를 만들었던 몇 가지의 손짓과

 안녕, 하고 말하는 순간부터 투명해지는 한쪽 귀와

 

 수평선처럼 누워 있는 세계에서

 검은 돌고래가 솟구쳐오를 때

 

 무릎이 반짝일 때

 우리는 양팔을 벌리고 한없이 다가간다

 

 

 


ㅡ시집『이별의 능력』, 문학과 지성사(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