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詩 혹은 길 닦기 [최승자]
초록여신
2008. 4. 8. 03:35
그래, 나는 용감하게,
또 꺾일지도 모를 그런 생각에 도달한다.
詩는 그나마 길이다.
아직 열리지 않은,
내가 닦아나가야 할 길이다.
아니 길 닦기이다.
내가 닦아나가 다른 길들과
만나야 할 길 닦기이다.
길을 만들며,
길의 흔적을 남기며,
이 길이 다른 누구의 길과 만나길 바라며,
이 길이 너무나 멀리
혼자 나가는 길이 아니길 바라며,
누군가 섭섭지 않을 만큼만
가까이 따라와주길 바라며.
* 기억의 집 / 문학과지성사,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