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북어 [김창균]

초록여신 2008. 2. 7. 11:43

 

 

 

 

 

 

 

 

 

 

 

아직도 할 말이 있다.

 

 

그대의 검게 굳어 버린 입 속으로 때론

때론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성긴 눈발이 들어가거나 한다.

입이 아니면

그 굳은살로 말하게 하라.

그것도 아니면 아, 아니면

죽음으로 완성된

흰 뼈로 말하게 하라.

 

 

염분같이 쓰라린 각오들이 명멸하며

수많은 입들이 중얼거리는 붐비는 바다

뼈와 살 사이

살과 뼈 사이

그 사이에 자신을 포개 놓으며

명태는 그 붐빔의 한가운데서 알을 낳거나

더 추운 바다로 가서

흔들리는 풀 위에 자신의 알을 버린다.

 

 

그리하여 북어는

아직도 할 말이 있다.

 

 

 

 

 

* 녹슨 지붕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다, 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