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전화 [강은교]
초록여신
2008. 1. 14. 16:50
아마, 다이얼을 돌려본 이들은 알 거예요. 그것이 어떻게 닿지 않는 것을 닿게 하는지를. 뛰뛰거리는 신호음이 들릴 때면, 아 반가움, 그 사람이 뛰어오고 있군요...... 가슴을 벌리고, 혀를 움칫거리며, 온몸의 동맥과 정맥들을 펄럭펄럭, 허파에 산소를 불러들이며...... 그러나 오늘은 부재, 저 공중을 건너 저 바람을 건너 저 안개를 건너 건너 건너 아라비아 숫자 여섯 싸늘하게 앉아 있을 뿐.
눈부신 섬, 당신의 뼈.
*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 / 문학동네,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