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국화잎 베개를 베고 누우면 [조용미]

초록여신 2008. 1. 14. 05:49

 

 

 

 

 

 

 

 

 

 

 

1

밤바람이 별들을 데리고 간다

 

 

국화잎 베개를 베고 누우면

깊이 잠들 수 있을까

아침부터 한낮까지 쓰러져 자고 일어나

커튼을 걷어낼 때의 쓰라림을

수국차를 달여 마시면

맛보지 않을 수 있을까

 

 

자동응답기를 틀어놓고 듣는 목소리들,

굳은 설탕 같은 날들은

쓰라려 내 詩 안으로 아무도 들어오려 하지 않고

말이 간단하면 도에 가깝다는데

아무도 길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2

나무마다 꽃 필 때 나비 오다가

지는 꽃 뜰에 가득 나비가 간다*

 

 

 

 

=======================================

* 명조(1593~1661) 『허백당집』에서 인용.

 

 

 

 

 

 

 

*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