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내 맘에 맞는 이 [정지용]
초록여신
2008. 1. 7. 11:32
당신은 내맘에 꼭 맞는이.
잘난 남보다 조그만치만
어리둥절 어리석은척
옛사람 처럼 사람좋게 웃어좀 보시요.
이리좀 돌고 저리좀 돌아 보시요.
코 쥐고 뺑뺑이 치다 절한번만 합쇼.
호. 호. 호. 호. 내맘에 꼭 맞는이.
큰말 타신 당신이
쌍무지개 홍예문 틀어세운 벌로
내달리시면
나는 산날맹이 잔디밭에 앉어
기(口令)를 부르지요.
「 앞으로 ㅡ 가. 요.」
「 뒤로 ㅡ 가. 요.」
키는 후리후리. 어깨는 산ㅅ고개 같어요.
호. 호. 호. 호. 내맘에 맞는이.
<<朝鮮之光>> 64호, 1927. 2
* 정지용 전집 1 (시),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