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뼈아픈 후회 [황지우]

초록여신 2008. 1. 5. 18:42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高熟의

에고가 벌겋게 달라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나의 희생, 나의 자기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 주는 바람뿐

 

 

 

 

 

 

*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황지우 조각시집) / 학고재,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