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거룩한 식사 [황지우]

초록여신 2008. 1. 5. 14:05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 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

혼자 등 돌리고 라면을 건지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 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남 모르게 갑자기 목 메이게 한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 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그 몸들 다 어디 가고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대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학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