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절망 [김수영]

초록여신 2008. 1. 3. 14:27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 시여, 살아 있다면 힘껏 실패하라 - 최정례의 시읽기 / [뿔>문학에디션, 200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