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변성기 [장이지]

초록여신 2008. 1. 3. 11:18

 

 

 

 

 

 

 

 

 

 

 

 그것은 다시는 미성으로 노래할 수 없다는 것. 유년의 아름다운 기억이 그 빛깔과 향기를 잃기 전에 먼저 소리를 잃는다는 것. 목 안에 득시글득시글했던 개미들이 부끄러워 과묵해져야 했던 어느 봄날의 빛 부스러기들이여.

 깃털 구름을 매단 하늘은 가없는 날개를 펴고, 쪽빛 제비들이 그리는 부드러운 폐곡선, 대지는 봄의 몸을 하느라 아지랑이들을 올리고 있는데,

 

 

 그 묵언의 계절을 견뎠을까. 그때 누군가 다정하게 내 이름을 한 번만 불러주었다면, 다시는 미성으로 노래할 수 없어도 좋았을 것이다.

 깃털 구름을 매단 하늘은 가없는 날개를 펴고, 하늘과 땅 사이엔 바람의 프리즘, 대지는 봄의 몸을 하느라 아지랑이들을 올리고 있는데,

 

 

 아무도 없는 빈방을 기던 빛 부스러기들이여. 두 번 다시 미성의 노래는 없겠구나. 입을 열 때마다 개미를 토하며 사위는 헛된 노래의 불씨만이 길이겠구나.

 

 

 

 

 

* 안국동울음상점 / 랜덤하우스,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