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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슴도치의 우아함[L’Élégance du hérisson]

초록여신 2007. 12. 30. 21:18
 고슴도치의 우아함[L’Élégance du hérisson]



최근 들어 ‘…도치…’ 라는 이름이 붙은 책을 연이어 읽었다.  하나는 오늘 얘기할 『고슴도치의 우아함』이고,  다른 하나는 콩고출신 작가인 <알랭 마방쿠>가 쓴 『가시도치의 회고록』이다.


<뮈리엘 바르베리>의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콧대 높고 못생긴 쉰네 살의 수위 아줌마 ‘르네’와 자살을 결심한 열두 살 천재소녀 ‘팔로마’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사회적으로 또는 어떤 측면에서는 스스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내면을 경쾌하면서도 지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소설의 무대는 파리의 중심 지역이자 부자 구(區)의 하나인 6구와 7구로, 예로부터 귀족들의 저택(hotel)과 살롱이 모여 있던 상류층 지역인 쌩 제르멩 데 프레가 있는 곳으로 현대와 고전이 공존하는 부자 동네이자 멋진 동네이다.


‘르네’의 업무는 출입자들의 감시와 쓰레기 내다 놓기, 우편물 전달하기, 마포로 현관 닦기, 전단지 주워 모으기 같은 단순 업무가 주된 일상이지만 실상 그녀는 문학과 예술, 학문에 관한 범상치 않은 식견을 갖추고 있다. 말하자면 남이 알아주는 않는 문화귀족이다.  국회의원의 딸인 열두 살 소녀 ‘팔로마’는 아둔한 척하지만 번번이 1등을 하고 마는, 유별나게 영민한 소녀지만 일찌감치 삶의 종착점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세워두고 열세 살 생일에 자살을 하겠다는 끔찍한 계획을 품고 있다.

이 두 사람에겐 파리의 중심지에 위치한 부촌에 산다는 공간적 동질감을 제외하면 외견상 공통점은 없다. 하지만 저열한 잡무 속에 살아가는 수위 아줌마인 르네는 상처받은 지성인으로, 외양에만 치중할 뿐 타인에게 무관심한 어른들 사이에 낀 천재소녀 팔로마는 생의 무의미를 깨닫는다. 이들은 일상의 성찰 속에서 교차점을 형성해 ‘영혼의 자매’가 된다. 이렇게 환경이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처음부터 서로를 알아본 것은 아니다. 이들 주변에는 고상하고 잘난 척하는 속물 투성이들이 널려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아닌 오로지 자기의 선입견에 따라 타인을 재단한다. 틀린 말을 지적하기보다는 의미 없는 우아한 말을 주고받고, 정신 상담을 받고,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서, 평생토록 플로베르의 소설을 입에 담는 사람들이 주변에 넘쳐 난다.

이들의 삶에 균열이 생긴 계기는 뜻밖에도 새로 이사 온 나이든 일본 남자 ‘오즈’ 덕분이었다. 르네가 실수로 입에 담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인용구를 오즈가 알아듣고 그녀의 지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즈는 또한 팔로마의 지성도 꿰뚫어 보고, 수상한 관리인 르네에 관한 호기심을 팔로마와 나눈다. 르네의 관리실은 이내 오즈와 팔로마, 르네의 은신처가 된다.


‘고슴도치’라는 동물은 천적들에게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가시라는 무기를 선택했고, 그 가시로 온 몸을 감싼다.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것들로 부터의 접근을 가시라는 무기로 완전히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고슴도치는 이 가시로 인해 고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선택한 가시로 인해서 어느 누구도 가까이 다가올 수가 없는 것이다. 언제나 자신의 몸에 자라난 가시만큼의 거리를 허용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고슴도치’란 결국 르네의 깊은 지성과 팔로마의 예리한 지능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는 모습을 가리킨다. 그들의 ‘우아함’은 하찮은 일상 속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순수에 대한 열망이다. 르네와 팔로마, 그들 각자가 써내려간 일상의 성찰(세계, 존재의 의미, 아름다움, 사랑, 분노 등등)이 서로 교차하면서 소설은 처음에는 잔잔하게, 중간에서는 울고 웃게, 마지막 장에서 이 둘의 극적인 상봉, 뜨거운 애정과 관심이 감동 깊게 그려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본색을 숨기면서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에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하던 그들은 소설 말미의 결정적인 계기를 통해 세상에 날선 가시를 거둬들인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 책엔 분명 사회적이고 풍자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드러내기 위한 부차적 요소일 뿐 작품의 핵심은 아니다. 이번 소설은 특정한 메시지가 아닌, 고독한 두 주인공이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려 쓴 것이다. 집착에서 벗어나 조화를 꾀하고, 혼돈 속에서 아름다움을 구하려는 그들의 모습이 메시지라면 메시지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사회적으로 낮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문화를 접할 수 없다는 생각은 어리석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매끄럽지 못한 번역과 작가의 찬사 일변도의 일본 문화에 대한 서술이 눈에 거슬렸지만, 그래도 원작에 내재된 철학적 콩트, 매력적이면서 유머 가득한 우정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이 소설을 끝까지 읽도록 끌어가는 데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뮈리엘 바르베리[Muriel Barbery]


소설가이자 고등학교 철학 선생으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출생하여, 현재 노르망디 칼바도스의 오마하 비치에 살고 있다.  일본狂이자 망가狂이며, 최근 이 작품의 놀라운 성공 덕에 교직을 그만두고 심리학자인 남편과 함께 장기 아시아 여행을 계획 중이다. 2008년에는 이 작품을 영화화한 모나 아샤슈티레 감독의 『고슴도치의 우아함』이 상영될 예정이다. 국내에는 소설『맛』이 2003년도에 소개되었다.

출처 : 바벨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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