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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곰팡이 [이문재]

초록여신 2007. 12. 24. 10:02

푸른 곰팡이

ㅡ 산책시 1

 

 

 

 

 

 

 

 

 

 

 

 

아름다운 산책은 우체국에 있었습니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가는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수상자의 대표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