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메리 크리스마스 [이창수]
초록여신
2007. 12. 24. 09:32
한 세기가 지나가고 있다
흰 눈을 뒤집어쓰고
나의 창가 희미한 조명 속을 걷고 있다
메리 크리스마스!
낡고 금이 간 나의 벽이여!
늘 완전한 세상을 꿈꾸는
나의 미완성 시편들이여
순결한 그러나 불안할 수밖에 없는
사랑이여
메리 크리스마스!
불안한 희망들이 어둠을 지우며
더욱 낮아진 지상으로 흘러
천상과 지상의 경계를 허문다
메리 크리스마스!
나의 사랑 불안정한 나의 시들
때로 한 행의 시가 되어주는
흰 나비떼들이여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 물오리 사냥 / 천년의시작,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