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초록각시뱀 [강기원]

초록여신 2011. 1. 3. 04:29

 

 

 

 

 

 

 

 

 

 

 

 

 

내가 당신을

무심히 냉정하게 빤히

쳐다본다 해서

예기치 못할 고요함이라 해서

울지 않는다 해서

웃지도 않는다 해서

거짓말처럼 허물을 벗는다 해서

때로 죽음 같은 잠을 잔다 해서

고독을 고집한다 해서

당최 길들일 수 없다 해서

죄의 향기

비늘마다 스며 있다 해서

독니 감추고 있다 해서

내 심장까지

뜨겁지 않은 건 아닙니다

몸뚱이보다 더 크게 벌어지는

욕망의 아가리

사나운 당신

삼킬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이빨 자국 하나 없이

녹아든 당신

도로 뱉어 낼 수 없는 건 아닙니다

나는 당신의 각시뱀입니다

 

 

 

 

*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