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노을부동산 [이정록]

초록여신 2010. 7. 4. 08:45

 

 

 

 

 

 

 

 

 

 

 

 

 

 빚을 내서라도 서해 쪽에 투자해야 한다고 다들 경을 읽어대드만 그놈의 독경이 신통력을 발휘혔는지 어느날 내 쇠귀가 번쩍 뜨이더라구 아따 내 머릿속으로 갈매기 울음이 그득 쳐들어오더란 말이여 그래 암내 맡은 황소처럼 한달음에 달려가서 개펄 수십만평을 땅땅 등기해버렸는디 순식간에 몇배는 뛰드만 망둥이가 제아무리 높이 뛴다 해도 서해 땅값만큼 솟구치겄나? 나무하고 땅은 거저 큰다더니 얼마나 신나던지 부동산경 집필자를 대동하고 냅다 서해로 내려갔지 그런디 갈 때마다 바닷물이 넘실거려 코쭝배기도 볼 수 없는 기라 안되겠다 싶어 통닭 열 마리와 맥주 다섯 짝을 싣고 내려가 물때를 알아봤지 근디 말이여 조금사리에도 말뚝 몇개 박응께 금세 바닷물이 들이닥치는 기라 에라 엿이나 먹어라! 하고는 거기 토박이인 개불하고 낙지들을 꼬들겨서 노을경작을 하게 된 것이여 요번 봄에 가봤더니 말이여 이젠 땅이든 노을이든 팔아먹기 글렀더구먼 글쎄 말이여 내가 막아놓은 말뚝에다 그물을 쳐놓았더래니께 하여튼 서해 지나다가 불뚝불뚝 솟은 말뚝을 보면 그게 다 내가 박아놓은 것잉께 맘껏 잡아먹으라구 코끼리 허벅지든 하마 등허리든 진흙 마싸지가 그만이랑께 몇삽 떠가고 노을은 내가 아끼는 것일께 볼따구니 불콰할 정도만 바르는 거 잊지 말구 참! 바닷물 들이치면 말이여 무조건 중국 자랑 좀 해줘 바닷물이 그쪽으로다 몽창 몰려가게 말이여

 

 

 

*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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