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이 기 선
병이 나을 것 같지 않아 편지를 씁니다
맞바람의 뒤끝은 맵기도 하네요
여긴 한 번 스쳐간 사랑이 다시 찾아오는 법이 없는 곳이랍니다
분명히 눈이 내렸었는데 지금 보니 서 있는 자리가 젖어 있습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진실이 이렇게 발목을 적시는 날들 한가운데
뿌리를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까닭을 알 수 없는 기쁨 때문에 날이 밝기도 전에
잠에서 깨어나곤 합니다
어제와 다른 자리가 아파오는 것도 위로가 되는군요
요즘도 쪽문은 열어둔 채 지내고 있습니다
끝까지 꾸지 않은 꿈이 남아 있다고 그 말이 하고 싶었습니다.
* 이기선 시인 : 2003년『시와반시』로 등단
출처 : 시사랑
글쓴이 : 오래된골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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