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화양연화 [이선영]

초록여신 2008. 9. 4. 18:49

 

 

 

 

 

 

 

 

 

가장 불행한 얼굴로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이노라고

리첸 부인은 말한다

 

 

"정말 많이 보고 싶지만, 먼 후일을 기약하기로 해요"

편지를 써야만 했던 날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고

 

 

게임은 거의 끝나가는데

남은 판은 더욱 절박한

 

 

사십세

 

 

행복은

불행이라는 돌틈에 숨은 작은 샘구멍

 

 

불행은

행복의 부서지기 쉬운 살을 감싼 갑각

 

 

알겠구나,

평생이

이 뗄 수 없는 연인들과의

부질없는 삼각관계임을!

 

 

불행의 적요한 한낮을

화(花)-아-양(樣)-연(年)-ㄴ-화(華) 라디오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올 때

 

 

불행은 자기가 빠져나갈 틈을 알고 있다

 

 

 

 

* 일찍 늙으매 꽃꿈, 창작과비평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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