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흉 터 [조용미]

초록여신 2008. 1. 14. 06:09

 

 

 

 

 

 

 

 

 

 

 

 

몸의 흉터에는 길이 있다

그 사람에게로 걸어들어가는 길이 있다

흉터를 만져보면

 

 

때로 흉터는 옷 속에 숨어 있거나

손목시계 아래 감추어져 있다

누가 몸의 흉터를 만져보라고 했을 때,

 

 

흉터는 경전과도 같은 말을 가지고 있다

식물처럼 자라기도 한다

가끔 설명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목 잘린 해바라기들이

쭉 서 있는 아파트의 화단 앞을

흉터를 지닌 사람이 걸어간다

 

 

해바라기의 목인 줄도 모르고

사람들이 그걸 들고 다닌다

해바라기는 온전하게 제 흉터를 드러내놓지만

아무도 그것을 읽으려 들지 않는다

만져보려 하지 않는다

 

 

 

 

 

 

 

*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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