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흉터에는 길이 있다
그 사람에게로 걸어들어가는 길이 있다
흉터를 만져보면
때로 흉터는 옷 속에 숨어 있거나
손목시계 아래 감추어져 있다
누가 몸의 흉터를 만져보라고 했을 때,
흉터는 경전과도 같은 말을 가지고 있다
식물처럼 자라기도 한다
가끔 설명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목 잘린 해바라기들이
쭉 서 있는 아파트의 화단 앞을
흉터를 지닌 사람이 걸어간다
해바라기의 목인 줄도 모르고
사람들이 그걸 들고 다닌다
해바라기는 온전하게 제 흉터를 드러내놓지만
아무도 그것을 읽으려 들지 않는다
만져보려 하지 않는다
*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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